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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6.12 블루 벨벳 (3)

영화감독 데이빗 린치(David Lynch)는 그로테스크한 영화 만큼이나 독특한 음악을 잘 쓰기로 유명합니다. 그의 영화 <블루벨벳>(Blue Velvet)의 첫 장면은 아버지가 지배하는 밝고 화사하고 균형잡힌 것처럼 보이는 삶의 저류에 벌레들이 득실거리고 음침한 외디푸스의 세계가 잠재하고 있는 장면이 극단적으로 제시됩니다. 결국 꽃밭에 물을 주던 아버지는 뇌졸중인지 뭔지 갑자기 뒷목을 잡으며 발작을 하다가 죽게 됩니다. 아버지가 죽은 후 영화는 이제 엠페도클레스적인 무의식의 세계, 잘려져나간 귀와 같은 파편들의 세계를 그립니다. 그 첫 장면으로 대표되는 이 영화 전체는 마치 블레이크(William Blake)가 <병든장미>(The Sick Rose)에서 "진홍빛 기쁨"(crimson joy)이라고 표현했던, 말하자면 지나치게 잘 익어 썩어가는 과일과도 같은 달콤한 부패의 맛이 느껴집니다. 데이빗 린치는 이 맛을 기막히게 표현한 바비 빈튼(Bobby Vinton)의 동명제목 음악을 이 장면의 배경음악으로 깔았습니다. 경쾌하고 밝은 리듬과 멜로디 이면의 어디선가 음울하고 음침하면서도 농익은 맛이 느껴지는 노래입니다.